발리 아궁산 등반 실패 후기 (feat.우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발리 아궁산 등반 실패 후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ㅠㅠ.
발리 아궁산은 해발 3,031m로 발리에서 가장 높은 산이고, 발리 힌두교 문화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산이며, 아궁(Agung)은 발리어로 위대하다 또는 숭고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아궁산을 저희 부부는… 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도전하였고,
쓰디쓴… 실패를 맛 보았지요…ㅠㅠ
✅ 발리 아궁산 예약 방법
일단 발리 아궁산은 반드시 현지 가이드를 동행해서 가야합니다.
어느 블로거님이 몰래 가이드 없이 올라가셨던데…
조금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이드가 있다 하더라도 안전 사고가 나면 위험하겠지만
최소한의 안전 대책으로 가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하셔도 되고, 클룩 같은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해도 되는데
가격은 다 비슷 비슷합니다.
코스가 두개입니다. 브사키 사원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파사르 아궁 사원에서 출발하는 코스
차이점은 정상을 갈 수 있느냐 없느냐와 난이도 차이입니다.
정상을 가려면 브사키 사원 출발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클룩에서 예약했습니다. 2인 27만원에 픽드롭 포함
사실.. 비쌉니다 ㅠㅠ;;
렌트를 해서 직접 찾아가서 가이드 구해서 올라가도 되지만
출발 지점 차체가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마음 편히 패키지로 예약했습니다.
✅ 발리 아궁산 위치
브사키 사원 위치 https://maps.app.goo.gl/JwA6bsN9nqRA8gmKA
아궁산은 발리의 북동쪽에 있고, 시내와 2시간 30분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차가 안 막히면)
브사키 사원은 산의 남서쪽에 있고, 해발 고도 1,100m 정도입니다.
브사키 사원의 모습입니다.
사원 옆으로 주차장이 크게 있고, 가이드 사무실(?) 겸 간이 매점이 있습니다.
✅ 발리 아궁산 등산로
시작점인 브사키 사원이 약 1,100이고, 정상이 3,031m이니 이 약 대략 2,000m를 올라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등산로 상태는 머.. 인도네시아 산이 다 그렇듯이 전혀 관리가 안 되어 있고
등산로가 계속 패여서 물골이 깊게 형성된 곳이 많이 있습니다. (비 오면???)
1,500m에 POS 1이 있고, 2,400m 지점에 POS 2가 있다고 합니다.
POS 1 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이며 등산로도 나름 괜찮습니다.
하지만 POS 1을 지난 이후 부터는 등산로도 엉망이고 경사도 상당해 집니다.
가이드 말로는 2,400m 이후로는 용암지대(?)를 가야하고 분위기가 확 바뀐다고 하더군요.
✅ 실패 후기
✔ 픽업~출발
저희는 스미냑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투어 기사가 21시에 집 앞으로 픽업을 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연말이라 차가 막혀서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 출발지인 브사키 사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비가 안 왔는데… 도착하니 보슬비가 내립니다… (불안..)
가이드를 만나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식량(?)을 분배 받습니다.
조식 포함이라더니.. 역시나 ㅎㅎ;;
렌턴과 스틱은 빌려주는데, 스틱의 상태는 거의 골동품 수준입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채비를 해서 00:10에 출발을 하였습니다.
함께하는 가이드 까끼 입니다.
가이드 미팅 포인트와 매표소가 매우 가깝습니다.
입장료는 외국인 10만 루피아, 인도네시아인 5만 루피아입니다. 다른 산에 비해서 저렴(?) 하네요!
매표소에서 날씨가 안 좋아지면 무리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이 큰 산에 오늘 입산객은… 저희와 가이드 단 3명 뿐이라고 하네요…
등산로 입구. 레인 커버가 없어서 배낭을 대충 우비로 감싸고 출발!
✔ 출발~2,200m
초반에는 보슬비가 내리더니 금세 그치고 별도 보입니다.
무난한 산행 끝에 1,500m에 위치한 POS 1 에 01:07분에 도착하였습니다.
대략 1시간 정도 걸렸고 비도 보슬비 수준이고 비교적 코스도 무난합니다.
가이드는 쉴 때마다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더군요.
POS라고 해서 별 다른 건 없습니다. 작은 공터와 앉을 수 있는 나무 의자 정도?
그리고 엄청난 쓰레기들..;;
비도 오고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가이드가 제사도 지내고, 한참 빵도 먹다가 담배도 피우며 늦장을 부립니다.
대략 15분간 휴식을 하고 다시 출발!
POS 1을 지나면서 빗 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경사도 가팔라집니다.
01:46분 간이 휴식 지점인 1,800m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35분 만에 300m를 올리는 난코스입니다.
옷도 빗 물에 젖은 건지 땀에 젖은 건지 다 젖었습니다. ㅠ
가이드가 대놓고 가기 싫은 표정을 지으며 POS 2가 2,400에 있으니 거기 까지 가서 비가 계속 오고 안개가 있으면
하산 하자고 합니다. 역시나 제사도 지내고, 빵도 먹고, 담배도 피우다가 출발!
02:30분 해발 2,033m에 도착합니다.
비가.. 정말 많이 옵니다.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가이드는 이제 대놓고 가기 싫은 표정을 지으며 POS 2 까지 가는 것도 무리라며 2,200m에서
계속 갈지 말지를 결정하자고 합니다.
03:06분 해발 2,200m에 도착!
온 몸은 다 젖었고, 가방도 부실한 방수공사 덕분에 대부분 젖어서 무겁게 느껴집니다.
안개가 심하게 껴서 시야는 3m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등산로도 비로 인해 미끄러운 상태… 아쉽지만 포기를 선언합니다.
✔ 하산
이렇게 제 등산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을 가보지 못 하고 중도 하산을 결정하였습니다.
당연히 안전이 우선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산이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하산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다 젖어 있고, 등산로는 비로 인해 미끄럽고 질퍽거리는 상태가 조심 조심 내려오다 보니
2,200m에서 하산하는데 2시간 30분이 걸려 05시 30분경 산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일단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왔다는데 감사하며 인도미(인도네시아 라면)로 마무리하였습니다!
✅ 느낀점
집에 돌아오니 08시 30분 정도 되었더군요.
와이프와 둘이서… ‘중간에 안 내려왔으면 이제 2,200m 지점 정도
내려 오고 있겠다… 끔찍한데?’ 라며 자기 합리화를 진행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역시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하고, 자연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나이를 먹었구나 ㅠㅠ (힘들었습니다)
우기때 갔음에도 불구하고 비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싸구려 일회용 우비에 의존해 올라가다 보니 너무 빨리 옷이 젖어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패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신발 자체는 방수가 잘 되었는데, 스패치가 없다 보니 바지를 타고, 등산화 끈 사이로 빗물이 들어가
결국 발이 젖으니 더 이상 진행한 의지가 없어지더군요.
오히려 신발이 빨리 젖어서 만행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위치에서 하산 할 수 있었을 수도…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은 발리 우기 (12~3월) 에는 가급적 아궁산 등반을 피하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사전에 운동을 좀 하고 가셔야 합니다. 코스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인도네시아 이젠 화산 (Gunung Ijen 블루 파이어, 일출, 등반 팁)
그눙 그데 산행 정보 (자카르타 인근 명산, 2,958m)